
AI로 영상을 하나 만들었다고 해 보자. 몇 번을 고친 끝에 마음에 드는 장면을 얻었다. 음악도 붙였고, 이제 공개하면 된다. 그런데 마지막에 질문이 남는다. 이걸 내가 써도 될까.
직접 고른 장면이고 수정하는 데 시간도 들었다. 내 작업이라고 부르고 싶은 이유는 충분하다. 그러다 누군가 내 영상을 가져가 얼굴과 제품만 바꿔 쓴다고 생각하면, 그때는 내가 결정했던 장면의 순서와 움직임도 봐 주었으면 한다.
내가 고친 부분은 오래 들여다보면서, 참고한 영상에 담긴 선택은 쉽게 지나칠 수도 있겠다. AI 저작권을 생각하다 보면 이 마음의 차이에 자꾸 걸린다.
한국에서는 이 문제가 언제쯤 해결될까. 빨리 기준이 정해져 안심하고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 그 답을 기다리면서 먼저 만든 사람의 자리도 생각해 본다. 내가 안심하고 쓰게 됐을 때, 그 사람도 자기 작업이 그렇게 쓰이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먼저 만든 사람에게 돌아가는 길
완성한 영상을 공개해도 되는지 살피다 보면 그 안의 음악과 참고 영상뿐 아니라, 도구가 무엇을 배워 이런 장면을 만들게 됐는지도 궁금해진다. AI가 학습할 자료를 이용하는 문제와 내가 결과물을 공개하는 문제는 구분해야 한다. 그래도 먼저 만든 사람의 작업을 어떤 조건으로 쓰는지 살피게 된다는 점에서 두 질문은 이어진다.
이 질문은 한국의 법정에서도 다뤄지고 있다. KBS·MBC·SBS는 자사 뉴스가 네이버의 생성형 AI 학습에 무단으로 쓰였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기자협회보의 2026년 9월 9일 법정 취재에 따르면, 네이버는 계약에 따른 사용 권한이 있었고 뉴스 학습이 공정이용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냈다. 방송사들은 허락받지 않은 이용이며 공정이용으로 볼 수 없다고 맞섰다. 기자협회보의 7차 변론 보도, 다음뉴스

이 사건에서 마음에 남는 것은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만으로 서로 같은 이용을 허락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뉴스를 독자에게 보여 주기 위해 제공하는 일과, 그 뉴스로 새로운 AI를 학습시키는 일 사이에 어떤 약속이 있었는지가 쟁점으로 남는다. 같은 파일을 건넸어도 그 파일로 해도 되는 일까지 같다고 받아들인 것은 아닐 수 있다.
당시 보도는 다음 변론이 11월 5일로 예정됐다고 전했다. 이 글이 확인한 것은 양측의 주장과 변론 진행까지다. 어느 쪽의 주장이 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인정됐다고 소개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에서는 그 조건을 사업으로 연결한 사례가 있다. 비주얼차이나는 2025년 연차보고서에서 알리바바·텐센트·마이크로소프트 등과 AI 모델 학습용 데이터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권리를 확인하고, 데이터를 가공해, 이용허락과 함께 공급하는 방식이다. 중국 전체의 분쟁이 끝났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허락받은 자료를 제공하는 상업적 체계가 운영되고 있다는 사례다. 비주얼차이나 연차보고서, 본문 19~20쪽




